편견으로 가득찬 자의 시선 side of history

1913년의 노동절날, 빈 시가지로 나섰던 미대 지망 재수생 아돌프 히틀러는 우연히 노동계급의 시위와 마주쳤다. 그는 그날의 감상을 '나의 투쟁'에서 아래와 같이 언급했다.


네 명씩 나란히 서서 행진하는 빈 노동자들의 끝없는 행렬에 공포가 밀려왔다. 나는 거의 두 시간이나 숨죽이고 이 끝없는 인간 사슬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봤다. 이윽고 끔찍한 우울감에 사로잡힌 채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노동자들은 모든 것을 거부했다. 국가는 '자본가'의 작품이라 했고, 조국은 부르주아 계급이 노동자를 착취하기 위해 만든 도구라고 했다. 법은 무산계급을 억누르기 위한 수단이며, 학교는 노예를 길러내고 노예감독을 교육시키는 시설이라고 했다. 종교는 착취를 위해 사람을 마취시키며, 도덕이란 우둔한 무지렁이의 인내심을 나타내고... 깊이를 알 길 없는 무시무시한 수렁 속으로 끌려들어가지 않는 것은 단 한가지도 없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나의 투쟁에서 히틀러는 이 집회를 보고 얻은 결론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군중은 청원보다는 명령을 좋아하고 베타적이고 독선적인 주의에 내심 더 큰 만족을 느낀다...그들은 그 주의가 내포한 광기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인간의 자유를 얼마나 섬뜩하게 짓밟는지, 그들이 보는 것이라곤 계획적으로 명시한 무자비한 힘과 잔인성뿐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따른다. ...만약 사회민주주의에 맞선 다른 어떤 주의가 똑같이 잔인한 방식이면서 더 큰 진리를 추구한다면, 후자의 승리가 확실하다...작업장, 공장, 집회장, 심지어 군중시위에서도 공포는 그 공포만큼 강렬한 다른 공포에 부딧치지 않는 한 성공을 거둔다.

이 결론은 오랫동안 히틀러의 관념에 있어서 좌파가 끼친 영감의 주요한 근거로 인용되곤 했다. 그렇다면 마치 묵시록의 첫머리를 장식해도 좋을 이 음울하고 공포스러운 인간들의 행진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장래의 독재자에게 그토록 무서운 영감을 부여했을까? 역사작가 프레더릭 모턴은 고맙게도 그의 글에서 이 1913년 노동절에 히틀러가 맞딱뜨린 행진의 기원과 모습에 대해 묘사해주었다.

국제적인 무산계급 축제인 5월 1일 노동절은 사실 (빈의)프라터에서 열리는 상류사회의 행진을 본뜬 것이다. 매년 5월 1일이면, 오스트리아 귀족들은 문장이 그려진 마차를 타고 프라터를 가로질러 행진하는 행사를 열였다. 마부는 제복을 갖춰 입었고, 마차를 탄 남자귀족은 기품있는 망토를 걸쳤다.여자는 꽃으로 장식한 모자를 썻으며, 귀족의 행렬 뒤에는 뒤늦게 귀족 작위를 얻은 벼락출세자들이 아름답게 치장하고 행진했다.
시크 트란시트 프리마베라(이렇게 봄날이 지나간다). (오스트리아 사회당 당수인)빅토르 아들러는 노동자도 귀족과 맞먹는 자부심과 쇼맨십으로 봄을 찬양하도록 했다.행진은 1890년부터 시작되었다. 1913년 5월 1일의 행진은 더욱 특별했다. 아침일찍부터 모든 분야의 노동자(주물공장 화부에서 제지공장 일꾼, 신발 만드는 직공들과 무두장이까지)가 낄끼리 식당이나 카페에 모였다. 아침 10시 정각이 되자 앞치마를 하거나 가슴받이가 달린 바지, 헐렁한 작업복을 입는 등 각자의 직종에 맞는 차림새를 한 노동자들이 같은 직종별로 무리를 지어 전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노동자가 단춧 구멍에는 붉은 카네이션을 달았고, 최근 살해된 자신들의대변인 슈마이어를 기리기 위해 팔에는 검은 띠를 들렀으며, 모든 이들이 서로 팔짱을 껴서 한 덩어리의 사슬을 만들었다. 반전 구호를 외치면서, 먹고 살 만큼의 임금을 달라, 주거 시설을 개선해 달라 외치며 무리가 랑스트라세 모이자 구호는 수백, 수천의 목청이 더해진 울림으로 바뀌었다. 날씨도 장단을 맞추느라 환한 태양 아래 공기는 상쾌했고, 깃발이 펄럭일 정도로 바람이 적당히 불었다. 같은 박자로 깃발을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행진하는 거대한 무리는 다음 집결지인프라터로 향했다.
1913년이면 노동절도 왠만큼 익숙해진 때였다. 그렇지만 그날이 되면 여전히 무산계급의 가슴에서 뜨거움이 솟구쳤다...노동절 행진에 나선 사람들이 실제로 공포에 내몰려 움직이는 않았다.  그것은 자발적인 행사였고 화사한 날씨 덕분에 즐겁기까지 했다.

히틀러는 노동자계급의 축제행렬을 보며 왜 그렇게 공포를 느꼈을까?-솔직히 고작 저정도 행렬에에서 공포와 영감을 느꼈다면 부모들 손잡고 소풍가는 유치원생행렬을 보고도 마찬가지였을것 같지만.  아마도 그의 이념적 편견-그는 고향 린츠 시절부터 사회주의자와 체코인을 증오했다-이 한편을 차지했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의 좁은 생활반경 탓도 있었을 것이다.린츠라는 시골에서 빈으로 올라온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독신자 기숙사의 독서실에 틀어박혀 독서와 풍경화로 보냈다. 외출하는 경우는 대부분,오페라 극장의 관람이었다. 그에게는 그것이 빈의 전부였겠지만, 그가 본 것은 빈의 극히 작은 단면에 불과했다. 20세기초의 빈은 1년 내내 축제분위기인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것 같은 도시였고, 노동자계급도 이 축제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었다. 그들은 그들의 저항을 가벼운 위트를 담아 축제로 표현하는데 익숙해있었다. 상기 언급한 노동절 행진도 그렇지만, 좀더 앞선 시기였던 1913년 1월에는 은행노동자클럽이 -명백히 자신들의 일터인 금융자본주의를 비꼬기위한 의도로-파산을 주제로한 가장 무도회를 개최했고, 이것은 다른 노동자집단들도 비슷했다. 만약 히틀러가 그가 나의 투쟁에 언급했던 데로, 빈 생활시기가 그의 사상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면, 그리고 적어도 그가 이시기에 이 도시에 사는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에 관심을 돌릴 여유가 있었다면, 어쩌면 우리는 그를 조금은 다른 형태로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덧글

  • 지나가던과객 2014/04/02 10:48 # 삭제 답글

    방구석 페인이 신기한 걸 보고 공포를 느꼈나 보군요.
  • Cicero 2014/04/02 19:19 #

    올 ㅋexactly
  • 11th ACR 2014/04/02 10:57 # 답글

    마치 할로윈데이 축제를 본 기독교원리주의자가 공포에 빠져서 컬트를 창시한 꼴이군요 ;;
  • Cicero 2014/04/02 19:20 #

    마블 디씨 코믹스 보고 패닉 일으키는 그 쪽분들도 있다죠?
  • 위장효과 2014/04/02 11:19 # 답글

    히키코모리의 원조...
  • Cicero 2014/04/02 19:22 #

    방구석폐인이야 다른 역사적 선례가 있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편견표출은 드물죠 ㅋ
  • 아인베르츠 2014/04/02 11:20 # 답글

    결론 : 히키코모리 증세가 심한 시골 아싸의 흔한 착각(...)
  • Cicero 2014/04/02 19:22 #

    시골살다 도시왔으면 방구석에 처박히기보단 세상을 봐야 ㅋ
  • 갈리아 촌놈 2014/04/02 11:44 # 답글

    그가 본 관경이 축제행렬이었다니;;
  • Cicero 2014/04/02 19:23 #

    애들이 부모손 잡고 소풍가는거 보고도 비슷한 소리했을걸요?
  • 라비안로즈 2014/04/02 12:07 # 답글

    히틀러의 말만 보자면 .. 무슨 시위하다가 힘이 없이 가두행진을 하는 데모현장을 표현한 것 같네요.
    저런 결론이 히틀러의 정치 스타일을 만들었네요.
  • Cicero 2014/04/02 19:21 #

    인간이 자유보다 굴종을 선호한다고 외친자가 만든 체제니까요
  • 대공 2014/04/02 12:46 # 답글

    제가 서울역에서 시위하는걸 처음 봤을때 상당히 놀랐죠.
    근데 몇번 보고 나서는 아 또 저기 하는구나 하면서 익숙해져서 이제 모 트위터에서 '언론들이 보도안해요 엉엉' 하는 소리보고 "무슨 소리야 저긴 맨날 하잖아!"이렇게 생각할 정도가 되었다는게...
    반대 케이스긴 한데 이건 또 다른 의미로 안 좋네요 ㄱ-
  • Cicero 2014/04/02 19:23 #

    축하합니다 익숙해지셨군요 ^^
  • あさぎり 2014/04/02 12:47 # 답글

    세계를 바꾼 히키코모리
  • Cicero 2014/04/02 19:20 #

    세계를 바꾸지 말고 스스로를 바꿔라!
  • rumic71 2014/04/02 13:03 # 답글

    개독교인(기독교인 말고)이 게이퍼레이드를 보면 비슷한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 Cicero 2014/04/02 19:21 #

    다만 게이퍼레이드에서 무언가 영감을 얻는 개독인들은 상상이 안가는군요 ㅋ
  • 토나이투 2014/04/02 15:43 # 답글

    입시실패에 대한 충격...역시 입시가 문제였어...
  • Cicero 2014/04/02 19:18 #

    그러니 출제자의 경향을 잘 파악해야
  • 2014/04/02 16:2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4/02 19:2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4/03 17:3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4/02 23:1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까마귀옹 2014/04/02 17:49 # 답글

    한줄 요약: '오스트리아의 음모론이나 믿던 방구석 찌질이가 신기한 축제를 목격하고 충격을 받다.'


    히틀러의 내면을 보면 볼수록 넷 우익이나 일간베스트 추종자들을 생각나게 합니다.
  • Cicero 2014/04/02 19:19 #

    그러니 방에만 있지말고 두루두루 세상을 다녀야 ㅋ
  • 제르진스키 2014/04/02 19:39 # 삭제 답글

    다시는 히키를 무시하지 마라!!

    두 유 노우 힛틀러?
  • Cicero 2014/04/07 09:26 #

    무시를 넘어서 박멸로 이어질것 같은데요 ;;
  • Allenait 2014/04/02 20:53 # 답글

    역시 사람은 경험이 중요하군요.(...)
  • Cicero 2014/04/07 09:26 #

    그경험을 이해하는 능력도 중요하죠
  • 3인칭관찰자 2014/04/02 21:39 # 답글

    세계 역사에 커다란 상흔을 남긴 자의 편견이라서 그런지... 찌질하다기보다는 좀 무서운 느낌이 드네요.
  • Cicero 2014/04/07 09:26 #

    그 두개가 뒤섞인 느낌입니다.
  • ... 2014/04/02 23:03 # 삭제 답글

    2002년 월드컵 응원을 보고 파시즘과 광분된 군중심리를 느꼈다는 사람도 적지 않게 있는데 동의하기 힘드네요
  • 듀란달 2014/04/03 09:37 # 답글

    유머를 레알로 받아들인 셈이군요.
  • Cicero 2014/04/07 09:26 #

    레알을 넘어서 위협으로 ㅋ
  • 필롭 2018/08/24 19:48 # 삭제 답글

    개인적으론 님도 누친님과 똑같이 먹물먹은 부류에다 문재앙&적화대에 동조하는 어용 글쟁이일뿐입니다. 그냥 누친님과 같이 평양으로 이사가시는게 났지않을까요?
  • Cicero 2018/08/26 13:16 #

    미친놈아 내가 평양을 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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