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의인은 있었다 ㄴWW 2

1938년 11월 9일과 10일, 크리스탈나흐트라는 유례없는 반유대폭동은 나치와 그 동조자들, 그리고 그들에 편승에 이득을 보고자한 이들에 의해 자행된 독일사의 가장 수치스러운 순간중 하나로 기억되겠지만, 그래도 그광기와 악의가 넘쳐나는 순간에도 의인은 있었다.

그날 베를린에서 가까스로 체포를 피한 사례들은 더 있었다. 게슈타포 요원 두명이 한넬로어 하이네만의 가족이 사는 아파트 문 앞에 나타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찾아오라고 했을 때, 그녀는 아직 채 세살도 안 되었을 때였다. 그들 모두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직후였다. 그녀의 어머니 파울라는 두 사람 모두 집에 없다고 대답했고 요원들은 떠났다. 다음 날 아침 그 요원들이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유대인이 아닌 아파트 관리인이던 뮐러 부인이 그들을 복도에 멈춰 세운 다음 "하이네만 씨와 질버슈타인 씨는 여기에 더 이상 살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내말이 맞아요. 아내와 딸만 남았어요. 당신네들은 왜 젊은 여자와 두 살배기 아이를 괴롭히는 거에요? 그들이 독일 제국에 위협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사내들은 돌아갔다.
...
한 용감한 행위가 특파원의 눈에 목격되었다. 그는 "한 상점이 파괴되는 것을 막으려 개입한 군복 차림의 독일군 장교 둘이 악을 쓰는 군중에게 위협당하는 이상한 광경"을 보도했다. 그 장교들은 손에 단검을 쥔 채 물러서야 했다. 그러는 사이 성난 군중이 그들에게 소리쳤다. "너희가 입고 있는 바로 그 제복은 우리한테 빚진 거야." 그 영국 언론인에겐 이 두 장교들이 "용감하게 품위와 절제를 지켜낸 독일 제국의 유일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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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프로이센의 시르빈트라는 마을에서는 이 지역의 군수인 바카르트 폰 브레도프가 당 지도자로부터 마을의 시나고그를 태워 없애라는 지시를 받았다. 모두 마흔 곳 이상의 시나고그와 기도소가 그날 밤 동프로이센에서 파괴되었다. 역사가 슈테펜 니콜스는 이렇게 기록했다. "폰 브레도프는 독일 내의 모든 시나고그를 단 몇 시간 안에 파괴시키고 경찰과 소방대는 여기에 관여하지 말라는 당 지도자의 지령을 받았다. 독일군 제복을 걸쳐 입은 그는 다섯 아이의 엄마인 아내와 작별 인사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 시르빈트의 시나고그로 가려고 하오. 그리고 가서 내 지역에서 일어날 가장 큰 범죄 중 하나를 막아야겠소.' 그는 자기 목숨이 위태롭고 강제수용소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덧붙혀 말했다. '나는 이 일을 해야만 하오.'"
니콜스는 덧붙혀 말했다. "나치 돌격대와 친위대, 그리고 나치 당원들이 방화도구를 들고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시나고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이들을 마주고 권총에 총알을 장전하고는 그들에게 자기를 죽여야만 건물 안으로 들어갈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감히 군수를 공격하지 못하고 떠나갔다. 시르빈트의 시나고그는 그 지역에서 파괴되지 않은 유일한 시나고그였다. "폰 브레도프는 그 때문에 처벌을 받거나 직위가 해제되지도 않은 채 전쟁이 끝날 때까지 군수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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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 레흐니츠의 증언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집에서 오랫동안 일한 가정부였던 파울라가 기다란 현관 통로 가운데서 있다가 히틀러 청년단에게 이렇게 말했죠. 자기 뒤로는 하인들 방밖에 없고, 거기에 있는 가구는 자기가 결혼한 직후에 제 어머니가 자기에게 준 거라고요. 그러니 자기 거라는 말이었죠. 그들은 그녀가 한 말을 믿었고, 그래서 우리는 적어도 잠 잘 곳을 구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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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의 마르고트 베르트하임과 아홉 살 6개월된 남동생 쿠르트는 풀다라는 작은 도시에 살았다. 그들은 뒷날 함께 기억을 떠올렸다...그날 밤 우리 아버지 아브라함 베르트하임은 상황을 의논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갔어요. 아버지가 친구들과 있을 때, 경찰 둘이-게슈타포는 아니었어요-열여섯 살 이상의 유대인 남성을 검거한다는 방침에 따라 아버지를 체포하러 왔어요.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그들을 알았고, 지금까지 친구로 지냈죠. 그들은 아버지에게 말했어요. "아비, 사라져. 우린 자네를 못 봤네.' 어리석게도 아버지는 다른 가족들에게 갔는데 바로 그 두 명의 경찰이 그곳에도 찾아왔죠. 그들이 말했어요. '자네는 일을 어렵게 만드는군. 이런 게 알려지면 우리가 아주 곤란하게 돼. 아예 사라져. 마을을 떠나라니까.'그래서 우리 가족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프랑크푸르드로 가 먼 친척의 아파트에 머물게 되었는데, 이미 많은 친척들이 그 집으로 도망쳐 와 있었어요."
마르고트와 쿠르트의 어머니가 수정의 밤이 지나 프랑크푸르트에서 풀다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자기 남편과 알고 지내는 사이였던 그 지역 경찰서정과 마주쳤다. 자녀들은 이렇게 기억했다. "그는 어머니게에게 '검거를 피하기 위해 왜 제게 오지 않았습니까?'라고 말했어요. 어머니가 '뭘 해줄 수 있었는데요?'라고 묻자 경찰서장은 '그를 감옥에 보낸 다음 보살폈을 겁니다'라고 말하더군요. 감옥에 있던 유대인들은 강제수용소로 가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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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테 노이만은 수정의 밤 당시 뷔르츠부르크의 유대인 교사 양성학교에 다니던 열여덟 살의 학생이었다. 그녀와 다른 학생들은 그날 아침 두 시에 "완전한 '갈색 셔츠'제복을 입은" 기숙사 관리인에 의해 잠에서 깼다. 그는 그 어린 여성들에게 "빨리 옷을 입고 달아나라"고 말했다. '그들'이 시나고그와 유대인 상점과 집을 불태우고 약탈하고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거였죠...그는 자기가 임무를 맡았다면서 여학생들에게 경고하고는 사라져버렸어요." 소녀들은 인근 숲으로 달아났다. 이따금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거닐던 곳을 그들은 짙은 어둠 속에서 걸려 넘어지며 "공포와 절망감에 사로잡힌 채" 헤매고 있었다. "우리는 도시에서 벌건 불빛이 올라오는 걸 보았어요."
23년이 지나고 나서 샤를로테 노이만은 열여덟 살 난 자기 딸과 함께 뷔르츠부르크를 찾았다. "저는 딸에게 그 학교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학교는 제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 였어요. 우리가 계단을 올라서자 예전과 똑같은 복도과 똑같은 사물함이 있었고, 바로 그 관리인이 예전과 똑같이 큰 빗자루로 옛날처럼 똑같은 바닥을 청소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저는 쥐어짜듯이 '안녕하세요, 휘프너 씨'하고 말을 건넸지요. 그가 돌아보았어요. 전혀 나이를 먹지 않은 것 같더군요. '뭘 도와드릴까요?'하고 그가 말했어요. 저는 1930년대에 이곳 학생이었고, 제 딸아이에게 이곳을 보여주기 위해 왔다고 대답했지요. 그는 한숨을 내쉬고는 그때가 좋았고 그날들이 계속될 수 있어야 했지만 끔찍한 시간들이었노라고 답했지요. 저는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혔어요. 저는 갑자기 '당신 독일인들은 변한 게 없군요. 모든 게 저절로 일어났고 히틀러 혼자서 그 일을 저지른 거죠'라고 말해버렸어요. 그는 아무런 대꾸 없이 한동안 저를 쳐다보더니 '당신이 정말 그날 밤 여기 있었다면 내가 한 일을 알거요'라고 말했어요. 그 순간 저는 눈물을 터뜨리며 그에게 사과했어요. 그가 '나는 당신의 감정을 이해해요'라고 말했고 우리는 악수를  하고 헤어졌어요."
-마틴 길버트, '크리스탈나흐트'중에서-




덧글

  • 놀자판대장 2012/07/07 12:46 # 답글

    저런 의인들이 있으니 가해자들의 악랄함이 더 부각되기도 합니다. 빌리 브란트의 사과가 생각나기도 하고요.
  • Cicero 2012/07/08 20:27 #

    반대자로 가해자의 악랄함은 의인의 선함을 돋보이게 하죠.
  • 死海文書 2012/07/07 12:47 # 답글

    그때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군요.
  • Cicero 2012/07/08 20:27 #

    의외로 많은 이들이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했겠죠. 그 상황속에서 표명하지 못한 이들이 다수였겠지만요.
  • 萬古獨龍 2012/07/07 14:36 # 답글

    정말로 어렵고 위험한 일을 행했다는 점에서 의인들은 칭송받아 마땅하지요. 특히나 모두가 미쳐 날뛰는 광기의 시대 속에선 말입니다.
  • Cicero 2012/07/08 20:28 #

    동의합니다.
  • 듀란달 2012/07/07 15:01 # 답글

    광기가 휩쓸던 시대에도 사람은 있었군요.
  • Cicero 2012/07/08 20:29 #

    그냥 사람이 아닌 선한 사람들이었습니다.
  • skyland2 2012/07/07 15:09 # 답글

    비록 '다수'를 따르는 사회이지만, 그래도 저런 분들이 있기에 그나마 인간 사회가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 Cicero 2012/07/08 20:29 #

    저런 분들 덕분에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논할수 있는것 같습니다.
  • 까마귀옹 2012/07/07 20:25 # 답글

    지옥도에서도 의인은 있었군요. '1923년 9월의 도쿄'나 '1937년의 난징'에서도 이런 의인들이 있었겠죠......아니. 있었기를 바랍니다.(이런 글에서 그 작자들을 언급하긴 좀 그렇습니다만.)
  • Cicero 2012/07/08 20:32 #

    난징이 군대집단에 의한 학살이었던걸 생각하면 1923년과 1938년의 차이는 확연히 두드러지는군요. 과연 의인의 행적이 없는지는 좀 찾아봐야할듯 합니다.
  • LONG10 2012/07/07 15:59 # 답글

    조금만 더 상식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남들도, 저도.
    그럼 이만......
  • Cicero 2012/07/08 20:33 #

    가능한 많은 이들이 상식적으로 살아야죠.
  • 3인칭관찰자 2012/07/07 16:06 # 답글

    저번에 이 사건에서 희망을 보았다고 말씀하신게 이들의 선행이군요
  • Cicero 2012/07/08 20:36 #

    예, 앞서 그 포스팅에서도 예고삼아 언급했죠.
  • 행인1 2012/07/07 18:49 # 답글

    그 정신나간 와중에도 제정신 지킨 사람 몇몇은 있었군요.
  • Cicero 2012/07/08 20:36 #

    제정신을 지킨 이들은 많았으나, 그정신에 맞게 행동한 이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 모에시아 총독 2012/07/07 19:55 # 답글

    어디나 광기에 희생되지 않은 의인은 있기 마련이죠.
  • Cicero 2012/07/08 20:37 #

    그런분들이 있기에 희망을 얘기할수 있는것 같습니다.
  • 대공 2012/07/07 20:03 # 답글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 Cicero 2012/07/08 20:37 #

    가지가지 있는거죠.
  • 계원필경 2012/07/07 21:14 # 답글

    저런 의인들이 있기에 아무리 밑바닥으로까지 떨어진 사람들이 힘을 낼 수 있지 않았나 싶군요.
  • Cicero 2012/07/08 20:37 #

    희망의 지표가 되어주는 사람들이죠.
  • 존다리안 2012/07/07 21:27 # 답글

    어벤져스의 한장면이 떠오르더군요. 로키가 독일에서 사람들에게 꿇으라고 깽판칠때 한 노인이
    일어나 "당신 같은 사람 많아! 당신 발 밑에는 엎드리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던가 그랬는데 그
    노인은 어쩌면 저런 양심 인사들 중 하나였을지도 모릅니다.
  • Cicero 2012/07/08 20:38 #

    아, 저도 그장면 기억에 남더군요.
  • 셔먼 2012/07/07 23:02 # 답글

    세상이 미쳐 돌아가던 시기에 저런 용기를 보여줄 수 있었던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 Cicero 2012/07/08 20:38 #

    존경받을 가치가 있는 분들이죠.
  • 세피아 2012/07/07 23:58 # 답글

    의인이 있기에 악인들이 더 나오죠...
  • Cicero 2012/07/08 20:38 #

    혹은 그 반대거나. 어떻게 보면 슬픈 역설이죠.
  • KITUS 2012/07/08 12:53 # 답글

    정말 저 무서운 시대에 저런 분들이 계셨다니.. 존경심이 솟구칩니다..
  • Cicero 2012/07/08 20:38 #

    존경을 받아 마땅한 분들이죠.
  • 허안 2012/07/09 10:48 # 답글

    /시전 존경
  • 아텐보로 2012/07/11 00:49 # 답글

    저런 용기에 고개가 숙여지네요.
    정말 감동입니다.
  • 아텐보로 2012/07/11 00:59 # 답글

    그리고 트랙백 신고좀 합니다.
  • KittyHawk 2012/07/11 09:18 # 답글

    보통 용기가 아니로군요...
  • 아무것도없어서죄송 2012/07/11 09:45 # 답글

    대단한 용기입니다.
  • 폴란드볼 2021/09/13 13:50 # 삭제 답글

    괴링도 대표적인 반나치 인물
  • 폴란드볼 2021/09/13 13:51 # 삭제 답글

    괴링도 대표적인 반나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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