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구체제의 악마화와 혁명의 내부 투쟁화 정치

혁명이 진행되는 동안, 혁명세력이 자신들이 타도하고자 하는 구체제에게 온갖 악의 이미지를 덧 씌우는 것은 역사속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수있다. 혁명세력의 선전속에 구체제는 경제적 불황이나 언론과 사상의 자유의 억압, 심지어는 가정집 화장실에 휴지가 없는 것까지 포함하는 만악의 근원으로 정형화되고-미국독립혁명 당시에도 식민지의 독립파 목사들은 조지3세를 묵시록의 괴물로 묘사한건 유명한 이야기다- 이 악의 존재만 사라지면 이상향으로의 길이 열릴것이라는 기대가 퍼져나간다.-혁명의 전위세력은 종종 이를 부치기기도 한다. 이것은 혁명의 동참자들에게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혁명의 모든 상황에서 자신을 헌신할 계기를 마련해준다. 도덕적 당위성을 얻은 혁명은 동참자들에겐 모든 수단을 무릎써서라도 성취해야할 지상과제가 되는것이다.

문제는 혁명이후다. 만악의 근원으로 여겨지는 구체제가 붕괴되면 혁명의 동참자들은 그들이 염원하던 이상향이 도래할 것이라 확신하는데, 정말 이상적 사회가 도래한다면 아무 문제 없을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그런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음을 실증해준다. 자신들의 놀라운 헌신과 노력을 바쳐 이루어낸 만악의 근원인 구체제의 붕괴이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생각했던 만큼의 진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혁명의 참가자들은 어떤 태도를 보일까? 

정치자체에 대한 좌절과 환멸로 이어질수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혁명의 참가자들은 이것이 혁명의 미완성 탓으로 문제를 지목하고 혁명과정에서 보여준 경향 이상으로 급진화된다. 이러한 급진화 경향은 혁명의 완결을 선언하려는 다른 온건파들의 두려움을 불러오고 결국, 제2혁명이라는 이름으로 급진파와 온건파, 어느 한쪽에 의한 숙청, 내전, 쿠데타를 불러온다. 대혁명이후의 프랑스, 장검의 밤, 소련 10월혁명등 혁명이후에 발생한 수많은 참극들은 이를 통해 설명될수 있을 것이다.허쉬만이 자신의 책에서 인용한 "혁명은 사트루누스처럼 자신의 자식을 집어삼켜버린다"는 표현은 실로 적절하다고 할수 있겠다. 

덧글

  • April_fool 2011/12/16 16:47 # 삭제 답글

    결국은 인지부조화가 문제로군요.
  • Cicero 2011/12/16 19:43 #

    사실 어느정도는 피할수 없는 상황인데 그 간극을 어떻게 조절하냐가 문제이죠.
  • 비정규인생 2011/12/16 16:48 # 답글

    음.. 제 2혁명의 다음 결과는 방향성이 일정하지 않다고 봐야 되는건가요?
  • Cicero 2011/12/16 19:44 #

    예, 급진, 온건 둘중 어느 한쪽의 전멸부터, 상시적 혁명상태, 그리고 극적인 타협까지 다양하게 전개됩니다.
  • 컨버스 2011/12/16 16:49 # 답글

    요즘의 세태에 빗대어 생각해볼 수 있는 글귀로군요(__)
  • Cicero 2011/12/16 19:44 #

    일부 염두해서 쓴 글이기도 합니다.
  • 2011/12/16 17:0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검투사 2011/12/16 17:35 # 답글

    혁명이 성공한 뒤 혁명 1세대(로베스피에르라든가 트로츠키라든가 펑더화이라든가...)가 편히 죽지 못한 이유일라나요... 0ㅅ0

    쓰고 있는 소설의 결말과 관련해서 고찰하고 있던 게 있었는데, 좀 퍼다놓고 읽겠습니다. ^0^/
  • 검투사 2011/12/16 18:00 #

    http://blog.naver.com/spartacus2/80148222290
    방금 올렸습니다. 0ㅅ0/
  • Cicero 2011/12/16 19:46 #

    한나 아렌트를 비롯해서 사변적 현실보다는 "혁명의 본질"에 관한 책들을 읽다보니 다른 분들과 함께 한번 곱씹어보고자 써보았습니다.^^
  • 아빠늑대 2011/12/16 18:00 # 답글

    혁명이후 원하는 세상에 오지 않았을 시...

    "목을 벱니다"
  • Cicero 2011/12/16 19:46 #

    왠지 울지 않는 두견새와 노부나가 이야기가...
  • 대공 2011/12/16 19:01 # 답글

    그래서 그런거군요.
  • Cicero 2011/12/16 19:46 #

    그런것입니다.
  • 셔먼 2011/12/16 19:07 # 답글

    혁명은 대전차 미사일과도 같아서 그 위력과 효과도 크지만 후폭풍 역시 장난이 아니죠.
  • Cicero 2011/12/16 19:47 #

    오우, 적절한 비유
  • 누군가의친구 2011/12/16 23:11 # 답글

    사람의 심리를 반영한 탓일려나요.
  • Cicero 2011/12/17 19:06 #

    대중심리상 어느정도는 어쩔수 없이 나타나는 상황이죠.
  • 한스 2011/12/17 01:20 # 답글

    프랑스 혁명의 뒤통수...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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