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저와 황화론 side of history

이번에 빌헬름2세 관련 포스팅을 쓰다보니, 이전에 DC2대겔에 연재했었던 글이 생각나서 조금 수정해서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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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저의 환상


1895년,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던 그해 연말, 카이저는 크리마스트리의 흔들리는 촛불너머로 환상을 본다. 그는 이 환상을 신이 자신에게 내린 계시라고 확신해 스케치한뒤 황실화가 크나크푸스에게 그려서 자신과 인연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전달하도록했다. 카이저가 보았다는 환상은 유럽의 미래에 닥쳐올 아시아인들의 위협에 대한 경고였다. 카이저가 보았다는 환상은 다음과 같았다.

부처가 용을 타고 유럽을 향해 날아온다. 그가 지나는 모든 도시들은 화염에 휩쌓이고, 유럽국가들을 상징하는 7명의 발키리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오는 위협을 바라보고, 그들 앞에 앞장 선 게르마니아는 굳은 전투의 의지를 다진다.그런 반면 뒤에선 브라타니아는 이 다가오는 일전앞에 주저 한다. 그들앞에 하늘에서 대천사가 내려와 전한다.

"유럽인들이여! 그대들의 소중한 보물을 지켜내라!"

카이저는 그환상을 유럽의 미래에 닥쳐올 아시아인들의 위협에 대한 경고로 생각했다. 그는 가까운 장래에 아시아인들이 일본의 깃발아래 서구문명사회를 파괴하려들것이며, 그것을 막는것이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독일과 그 위대한 군주인 자신에게 내려진 소명이라고 믿었다.

신이 내게 계시를 주셨노라!

그러나 '인간 가운데 가장 고귀한 인간'인 자신이 직접 전쟁이라는 구덩이에 빠져들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위대한 계획의 말로서 러시아의 차르이자 카이저의 '순박하고 어리석은 사촌 니키'를 선택했다. 카이저는 니키에게 협박과 회유로 가득찬 편지를 보내며, 러시아가 "황인종들의 위협에서 유럽을 구하는 숭고한 임무를 수행할것"을 강권했다.그리고 전쟁이 나면 "힘 닫는데까지 도와줄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막상 러일전쟁이 터지자, 카이저는 '말로만' 러시아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정작  전쟁중 러시아를 도운것은 카이저의 숙적이었던 프랑스였다. 프랑스는 러시아에게 막대한 전쟁비용과 외교적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러시아가 패배하자, 카이저는 뭐가 캥기긴 했는지, 러시아의 패배가 자기책임이 아니라고 홍보하고 다녔다. 그리고 거리낌없이, '러시아가 아닌 독일이 일본과 싸웠다면' 일본은 패배를 면치못했을것이라고 떠들고 다녔다.

카이저는 러시아의 패배후, 독일을 대신해 인종전쟁의 선봉이 되어줄 국가를 찾아다녔다. 이번에 그가 골라잡은 국가는 미국이었다.

일본의 파나마 침공?

카이저는 1907년, 그의 사촌 니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것은 그대에게만 특별히 알려주는 비밀정보일세. 일본은 1만여명의 군사들을 노동자로 위장시켜 멕시코전역에 배치하고 있어. 이들은 때가 되면 모두 파나마운하를 점령하기위해 행동할꺼야. 이건 의심할수없는 확실한 정보이고, 니키 너도 알다시피 내정보는 한번도 틀린적이 없어. "

카이저의 편지는 계속이어진다.

"전쟁이 벌어지면 영국도 일본과의 동맹을 끊고 이 위대한 인종전쟁에서 백인들의 편을 들지 않을수가 없을꺼야. 모든것은 내가 본 계시대로 진행되겠지."
이런말하긴 뭐하지만 내 사촌 좀 많이 미친듯.


카이저는 이정보를 직접 미국대사를 호출해 전달하고, "잊지말고 귀국 대통령에게 전하도록"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카이저의 뇌내망상은 이미 극단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제 자신이 뿌린 정보에 자극 받은 미국인들은 멕시코를 침공할것이다. 남미국가들은 멕시코를 중심으로 반미주의의 깃발아래 전쟁을 벌일것이고, 영국은 미국과 일본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미국편에 서게될것이다. 그리고 이 묵시록적인 전쟁에서 독일은 백인종들의 구원자로 등장할것이다!

카이저는 호전적인 미국대통령루즈벨트가 즉각 행동해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루즈벨트는 이 떡밥을 물지 않았다.

 
님, 나를 뭘로 보는 거임? 내가 그런 썩은 떡밥 물거 가틈?

카이저는 이 천박한 양키가 너무나도 괘씸했지만 장래의 세계구원자로서 그들에게 관용을 배풀기로 마음먹고, 1908년 타임즈의 기자 윌리엄 베이야드 헤일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 닥쳐온 위험과 자신의 계획을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다.

헤일이 카이저와 인터뷰한 내용을 축약하면 다음과 같다.

멕시코에 숨어든 1만여명의 일본군으로 인해 미국이 1~2년내에 일본과 전쟁을 치루게 된다.. 그리고  영국은 백인들을 배신하고 일본과 동맹을 맺은것을 비난받아야 하며, 그 대가로 독일이 영국에 선전포고해 전쟁을 치룰것이다. 또한 다가오는 황인종들의 위협에 대처하기위해 아프카니스탄의 무슬림들이 독일교관들에게 훈련받고 있다.

헤일과 타임즈는 2시간에 걸친 이 인터뷰가 어떠한 파장을 가져올지 염려스러웠다. 그래서 독일외무성과 미국대사관, 루즈벨트대통령에게 먼저 인터뷰내용을 공개했다. 외무상은 소식을 받자마자, "경련을 일으켰고" 대사관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루즈벨트대통령을 인터뷰내용을 발표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부탁했다. 타임즈도 루즈벨트의 권유를 받아들여 탑기사를 포기했다.

지랄맞은 앵글로색슨놈들... 구원의 복음을 전해줘도 무시냐!


그러나 카이저는 자신의 놀라운 이야기가 남들의 정성어린 배려로 묻히는것을 원하지 않았고, 영국의 '데일리텔레그래프'지와의 인터뷰에서 거의 비슷한 내용을 다시 한번 밝혔다.

덕분에 유럽은 발칵 뒤집혀졌고, 베를린전체가 카이저의 정신상태를 의심했다. 결국 카이저는 베를린을 떠나 플레스에서 요양을 취했다. 황실에서는 카이저를 달래보려고 황실사냥대회를 열기도 했지만 카이저는 여전히 우울했다. 카이저는 플레스의 만찬장에서 자신의 우울한 심정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는 너무 불행해. 온세상이 나를 오해하고 있어."

카이저는 그말을 내뱉으며 울었다.

멕시코와 일본

사실 당시 일본과 멕시코 모두, 미국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일본은 미국의 일본인이민자 제한에 분노했고, 멕시코는 그동안 당한게 한두개가 아니다보니 마냥 미웠다. 두국가의 미국혐오증은 두나라의 유대로 이어지긴했다. 일본의 군사훈련교관이 멕시코로 파견되었고, 구라와 왜곡이 좀 많은 일본 사학계에서는 멕시코인들의 시조가 일본에서 표류해간 어부들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두나라의 유대를 바탕으로 1911년 멕시코를 방문한 일본해군 야시로 제독은 멕시코의 환영파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두나라국민들은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두나라 모두 군사력을 발전시켜 아무도 우리의 명예를 더럽히지 못하게 해야한다."-연설이 끝나면서 사람들은 "일본만세! 미국은 물러가라"고 외쳤다.

같은해 2월, 호스트 폰 데어 골츠라는 독일첩보원이 일본과의 비밀협약을 위해 파리를 방문한 멕시코 재무상에게서 "비밀협약"에 관한 정보를 훔쳐내었다. 카이저는 다시 한번 자신이 본 환상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하며 이것을 미국에 전달했고, 미국은 다음달인 3월,  2만의 병력을 멕시코국경지대로 이동시켰다. 카이저는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끝내 미국군은 끝내 멕시코국경을 넘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 테프트는 매년 격심해지는 멕시코의 내전이 염려됬을뿐이었지, 카이저의 황색위협론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훗날, 미국정부는 내전중인 멕시코에 군대를 파견하게 되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이다.

게다가 독일이 확보한 "비밀협약"의 증거는 사실 독일이 위조한것이었다.

결국 카이저의 황인종위협론은 카이저의 뇌내망상과 그를 둘러싼 아첨꾼들, 그리고 그럴싸한 현실상황이 만들어낸 창작물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훗날 1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카이저가 멕시코에 미국의 연합군 참전시 멕시코과 일본의 추축국 가입을 요청하는 짐머만전보를 보낸걸 보면 그의 황화론은 그저 관심받고 싶은 몸부림 이상의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덧글

  • 누렁별 2010/01/15 16:28 # 답글

    카이저의 환상처럼 부처가 유럽을 휩쓸었으면, 유로화 대신 '극락은행' 발행권 '오만관'이 통용되고...
    저 예언이 한 30년만 늦게 공개되었으면, 대 예언자 카이저로 추앙받았겠습니다. 그런데 독일교관한테 훈련받은 아프간 인들의 후손들은 왜 황인종이 아니라 양키하고 싸우고 있데요 -_-
  • rumic71 2010/01/15 17:18 #

    사실은 멕시컨과 싸우는 (어이어이)
  • Cicero 2010/01/15 23:30 #

    싸울 황인종이 없다보니 그리된게...
  • 아인베르츠 2010/01/15 18:21 # 답글

    멕시코에 파견이라고 하면 유명한 스카웃부대인가가... 주의 이름을 딴 부대가....떠오르는데....떠오르는데....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좌절합니다.
  • Cicero 2010/01/15 23:26 #

    확실한건 퍼싱과 패튼이 멕시코에 파견되었다는 거죠.
  • 대한민국 친위대 2010/01/15 18:57 # 답글

    저거 110여년 후에 이슬람인들이 유럽 도처에 널려있는걸 예언한게 아닌지... -_- 카이저 폐하가 좀 망상이 쩌셨던 듯. -_-
  • Cicero 2010/01/15 23:27 #

    과거 인물이니 다행이지, 요즘 세상에 저런 망상하는 국가 지도자가 있으면 꽤나 피곤할듯 싶군요.
  • 지나가던과객 2010/01/15 20:59 # 삭제 답글

    하지만 카이저의 망상대로 미국과 일본은 전쟁을 하게 되니....
    이게 예언인지, 우연인지 참
  • Cicero 2010/01/15 23:27 #

    뭐, 미국과 일본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 만큼은 정확한 지적이었죠.
  • 행인1 2010/01/15 21:25 # 답글

    그나저나 환상은 또 어떻게 보셨던건지...(설마 아편?)
  • Cicero 2010/01/15 23:28 #

    모세가 시나이산의 불붙은 나무너머로 신을 뵈었는데, 카이저는 흔들리는 촛불너머로 계시를 못보겠습니까?^^
  • 아텐보로 2010/01/15 21:53 # 답글

    아,이거뭐 망상력이 힛총통을 능가하시는 카이저이시군요.
  • Cicero 2010/01/15 23:29 #

    그래도 망상이 망상에서 그친게 다행입죠.-1차대전은 망상보다는 국제관계의 결과물이니...
  • 들꽃향기 2010/01/15 22:22 # 답글

    카이저가 몰핀중독자는 아니었나 하는 망상이 ㄷㄷ
  • Cicero 2010/01/15 23:29 #

    왠걸요? 피학적 성취향이 있긴 했지만 비교적 멀쩡했던...
  • 들꽃향기 2010/01/17 08:00 #

    피학적 성취향이 더 생각치도 못했던 바인 것 같네요...ㄷㄷ
  • Cicero 2010/01/17 23:49 #

    군훈련을 참관하러 알자스-로렌지방을 방문했을때, 그곳 매춘부에게 자기를 비단스타킹으로 묶고 때려 달라고 했다는군요...--;;;
    이후 황제가 되자, 매춘부는 카이저와 자기사이에 주고받은 편지를 들고 비스마르크를 찾아가 입막음을 조건으로 돈을 요구했고요...
    학자들은 이런 카이저의 성벽을 어린시절 부모의 과도한 기대와 팔을 치료하기에 받았던 치료를 빙자한 고문의 영향이라고 봅디다.
  • 바랑기안 가드 2010/01/15 22:50 # 삭제 답글

    망상이 도를 넘은 것같네요(뭐,음식을 잘못먹었나?)
  • Cicero 2010/01/15 23:29 #

    잘못된 가정교육의 산물입니다.
  • LVP 2010/01/16 10:32 # 답글

    저양반...암만봐도 대권보다 병원 병실이 급해보임 'ㅅ';;;;;
  • искра 2010/01/16 14:52 # 답글

    매킨리 미국 대통령은 어느날 밤 백악관을 거닐다가 '필리핀을 기독교화시켜 문명의 대열에 합류'시키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필리핀을 침공, 결국 60만에 달하는 필리핀인을 죽였으니 그래도 카이저의 환상은 무해하군요.
  • Cicero 2010/01/17 23:45 #

    망상의 정도보다는, 망상의 현실화가 문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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